아버질 묻어드리고 내려온 고향..
몇 해 전 부터 가보고 싶던 고향에 오늘 그렇게 다녀왔다
날씨는 더할 수 없이 좋았고 흙은 향기롭고......
그래서 내 마음도 잠시 평화로웠다
그날.. 아버지가 온밤 내내 오빠를 바라보며 좋아하셨다는 보름 전 그날
병원에 입원하신 이후 최고의, 아니, 기적 같은 컨디션을 유지하며 깨어있으셨다는 그 밤이 지나고
병원 안으로 들어서던 차창으로 문득 보이던 라일락
고혹적인 향기 뒷 편으로 흐드러진 꽃을 보는 순간 쏟아지던 눈물.. 예감 같은 것이었으리라
낮 간호가 담당이던 나는 아버지의 아기 같았다던 웃음을 볼 수 없었고
그 날 이후 아버진 온종일 열에 시달리거나
맥박이 위험 수위를 달리거나
호흡을 힘들어 하시며 며칠을 견디셨다.
요 며칠은 가끔 눈을 떠 보실 때도 부르는 소리에 통 반응을 안 하시더니
단 한번
날 알아보겠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한참동안 가만히 바라보시던 아버지
그 애절한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
무엇보다 날 아프게 하는 건
가슴 속에 쌓여 있었을 이야기들.. 목구멍까지 꾸역꾸역 올라오는 그 말들을
결국 하지 못하고 떠나신 거다.
숨 쉬기조차 힘든 그 고통이, 토해내지 못하고 쌓이고 쌓인 그 말들이 가슴을 짖누른다
평화주의적 기질이라니...
병원으로 찾아오는 문병객들을 난 가벼운 농담으로 맞곤 했는데
침체되는 공기의 농밀함이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
깊이 잠이 드신 듯.. 끌어올리는 숨소리만 내시던 아버지는
그게...... 서운하셨을까
49재를 부탁하러 백운사에 올라가니
그 곳에도 내가 좋아하는 라일락이 보라빛으로 흔들리고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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