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햇빛이 들어오며 춤추던 그 희뿌연 유리창은 누구도 닦은 적이 없었다.
묵은 먼지가 쌓인 바닥을 쓸어내려고 솔과 빗자루를 들고 들어온 이도 없었다.
그 먼지가 없었더라면, 그 작은 책방은 지금처럼 내 안에 남아있지는 않았을
것이다. 밤하늘에 빛나는 무수한 별들 같은, 금가루 같은, 양치식물의 아름다운
잎들 같은 그 먼지들... 그것들은 다시 떨어져 내려 대지의 옷자락으로부터
히아신스의 모습으로 싹을 틔웠으리라.
이 고요한 먼지는 신사와 숙녀들,
소년과 소녀,
그리고 웃음소리와 재주와 탄식,
아가씨들의 옷과 고수머리였으리니. ... Emily Dickenson |
오랜 세월이 지나 내가 글을 쓰게 되었을 때, 그 속에 꾸며 낸 이야기와 사실들, 공상과 실재가 뒤섞이게 된 것은 전혀
이상한 일이 아니다. 나로서는 결코 그것들을 분별해 낼 수가 없었으며, 그 먼지들로부터 태어난 내 뒤섞인 이야기들이
이 책 속에 있다.
일곱 명의 처녀가 일곱 개의 빗자루를 들고 50년 동안이나 쓸어댔지만, 내 마음 속에 있는 사라진 성전과 꽃들과 왕들,
아가씨들의 고수머리, 시인들의 탄식, 소년과 소녀들의 웃음소리는 끝내 쓸어내지 못했다. 책이 있는 작은 방이면 어디든
그 황금빛의 처녀들이 굴뚝 청소부처럼 찾아와, 그리고 이따금 다시 돌아와, 잠시 방 안을 밝힌 채 그렇게도 먼지를 쓸어
내려 했건만......
Eleanor Farjeon, The Little Bookroom 서문 중에서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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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곱 명의 처녀가 일곱 개의 빗자루를 들고 50년 동안이나 쓸어댔건만......
서문이 좋아 원서를 사게 된 책이다. 가끔 번역이 의심스러울 때 찾아오는 유혹..
잔잔하지만 깊은 감동이 있다.
Eleanor Farjeon의 작품으로 기억나는 것이 또 있다.
[말론 할머니]라는.. 비룡소였던가.
펜 일러스트의 서정적인 움직임이 시적인 이야기와 함께 독특하게 다가왔던 조그마한 책
재빨리 감정 조절을 하지못하면 아이들에게 꺽꺽대며 읽어줘야 했던 작품이다.
작년이었던가. 어떤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테스트에서 '몽상가'라는 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 ('')
아이의 강요에 의한 테스트였기에 녀석의 묘한 시선을 피할 수 없었던...
나로서도 어처구니 없는 기분이었지만
어쩌면 그 탓이 아닐까
내 마음 속의 낡은 책방,
그 위로 쌓인 향기로운 먼지들..
일곱 명의 처녀가 기어이 쓸어낼 수 없었던
그 먼지 탓이 아닐까...